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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에서 들은 그녀의 드라마.



오늘 타의로는 처음으로 히치하이크(hitchhike)를 했다. 아니, 자의와는 상관없이 당했?으므로 be hitchhiked가 되는건가..아무튼..흠흠.. 언제나처럼 늦은시각 학교에서 나오는 길, 학교 특성상 약 1km정도인 방파제를 매서운 바닷바람과 맞써 싸우며 홀로 걸어나가고 있는데, 새빨간 스포츠카가 내 옆에 스르륵.. 정차하더니 크랙션을 빵빵 울린다. 첨엔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지만, 그 스포츠카는 계속 나를 따라오더니, 내 옆에서 창문을 열어온다. 차 안에는 아주 어려보이는 여성이 나를 보며 싱긋이 웃는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ㅎㅎ "어디까지 가세요?" (엄청난 바람과 싸우며 걷고 있는 내가 꽤 불쌍해 보였는지" 측은한 목소리 톤으로 나를 부른다.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저요?"하고 되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더군. 태워준댄다. 우연찮게 가는 방향이 우리집 근처였기에, 잠시 고민하는척? 하고 낼름 2도어 문을 화들짝 열어 쏙 들어갔다. 빨간 스포츠카에 안어울리게 클래식 음악이 울려나오고 있더라.

집에 오는길 굉장히 어색했다. 흠흠. 적어도 나보다 2~3살은 어려보이는 그닥, 예쁘지 않은 그녀...(ㅡㅡ;) 괜한 질투심이었을까?ㅎㅎ(이나이에 스포츠카라니.. 차종은 잘 모르겠고..외제차인가? 부럽따...ㅡㅜ) 별로 할말이 없었을지도 몰랐지만 몇분간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가 심심했는지, 어색했는지 그녀가 말을 걸어온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부산에서도 꽤 외곽인 우리학교(부산 영도 한국해양대학교)에 온 이유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데...

애인이 죽었다고 한다. 사랑했고, 결혼까지 약속한 남자였는데 한달전 자기 눈앞에서 죽어버렸다고 한다.ㅡㅡ; 교통사고로.... 아직 그를 잊지 못해서, 그가 다녔던 학교에 잠깐 와본거라고.. 흠흠.. 그런데 웃기게도(웃으면 안되지..흠흠) 내 뒷모습이 그사람이랑 많이 닮아서 태우지 않을수가 없었다고 한다. 왠지 작업 분위기는 아닌듯 하고, 난 그리 작업받을만한 위인도 못되므로 안심?했다.(그녀가 생각만큼 못생겨서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님ㅎ) 그리고 그 후 난 그남자를 못잊는 그녀에게 몇마디 해줬는데.. 뭐 딱히 멋진말을 해준건 아니고, 위로반, 격려반으로.. 눈치껏 그녀가 우리집까지 운전을 잘 해 줄 수 있도록 편안해 지도록 위로해주었다. 나도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물론 당신처럼 세상에서 없어진건 아니지만, 내 세상에서는 더이상 없다고. 나도 아직 덜컹거리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꺼라고...

고맙다는 말과, 힘내라는 말을 해준뒤 집 근처에서 내렸다. 좋은 사람을 태워서 다행이라는 그녀의 말을 뒤로하고... 차안에서는 정신이 없어 별생각 없었지만, 차에서 내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사람의 드라마도 꽤나 슬프게 느껴졌다. 얼마나 그를 사랑했으면, 아직 얼마나 미련이 남았으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남자의 학교까지 와서 그를 그릴까? 그것도 이 추운 겨울날에.. 그리고 얼마나 눈에 밟혔으면 그의 뒷모습을 나로 착각했을까? 내리고 나서 한참을 걸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조금더 잘 위로해 줬어야 되나, 라는 안타까운 생각을 해보면서...

드라마나 영화속에서만 벌어질법한 일들을 오늘 목격했다. 물론 난 제 삼자였지만, 그런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서 숨쉬고 부대끼고 있다는 생각이,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겨야 겠다는 피드백을 가져온다. 언제나 능동적으로 살아가야겠다고, 그래서 앞만보고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해온 나로써는 가끔은 주변을 돌아봐야 겠다는 아주 색다른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아주 특별한 사건이었다.

그녀도 집인 서울에 도착해서는 마음이 전보다 조금 가벼워졌을까? 그렇게 되길 가슴깊이 기도해본다.

P.s 그러고보니, 이름이나 물어볼껄 그랬네... 내 친구가 소개팅시켜 달라고 난린데...(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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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aLoT | 2007/01/31 03:11 | Evil mind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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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비탈길 at 2007/01/31 07:10
정말 여러 사람들이 있네요..^^;
Commented by DynO at 2007/01/31 17:00
와 정말 영화와 같은 일을 겪으셨내요.
근데 그 여자분 매력있는 여자인듯한..
왠지 끌리는.....-_-a
Commented by KaKaLoT at 2007/02/01 11:02
/ 비탈길 :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얽혀서 살아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갑자기 살아볼 재미가 마구마구 샘솟는데요~

/ DynO : 어디서 끌리셨나요? ㅎㅎ 하긴 요즘같은 인스턴트 세상에 그토록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드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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